나의 창작시

밤송이

신사/박인걸 2020. 9. 13.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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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송이

 

입 벌린 밤송이가 뒹군다.

알맹이는 간곳없고

빈 껍질만 버려져 가엽다.

가을하늘 높푸른데

소슬바람에 풀 어음 쓸쓸한데

너부러진 빈 껍질 더욱 가련하다.

실질은 몽땅 도둑맞고

형식도 갈기갈기 찢어진 채

껍데기들만 수북하니 덧없다.

딸 아들 키워 도둑맞고

가꿔온 삶마저 기억 상실된

치매 걸린 노파의 주름이

쭈그렁 밤 송이 같아 맘 아프다.

껍질이라고 짓밟거나

뒹군다고 혐오하지 말라.

네 어머니 젊었을 때

뭇 남성들 군침을 흘렸니라.

202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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