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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송이
입 벌린 밤송이가 뒹군다.
알맹이는 간곳없고
빈 껍질만 버려져 가엽다.
가을하늘 높푸른데
소슬바람에 풀 어음 쓸쓸한데
너부러진 빈 껍질 더욱 가련하다.
실질은 몽땅 도둑맞고
형식도 갈기갈기 찢어진 채
껍데기들만 수북하니 덧없다.
딸 아들 키워 도둑맞고
가꿔온 삶마저 기억 상실된
치매 걸린 노파의 주름이
쭈그렁 밤 송이 같아 맘 아프다.
껍질이라고 짓밟거나
뒹군다고 혐오하지 말라.
네 어머니 젊었을 때
뭇 남성들 군침을 흘렸니라.
202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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