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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거리
나는 푸른 6월에 이 거리에 왔다.
맹꽁이는 밤새 늪에서 울고
지나가던 바람이 흙을 집어 던져도
맨발로 걷는 나는 싫지 않았다.
비온 뒤 진창길 발목을 잡아당기고
희미한 가로등 불빛 아래
쌩한 바람이 자주 내 의지를 꺾어도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에 꿈을 걸었다.
밭두렁에는 누런 콩이 익고
텃밭에서 수수가 고개를 숙일 때면
어디선가 귀뚜라미 가을을 알렸는데
정겨운 풍경은 망치소리에 무너졌다.
나는 벌써 인생 10월을 맞았다.
눈 감았다 뜨는 동안 세월은 널을 뛰었고
길거리에는 검은 매연이 추억도 지웠다.
매일 하늘을 날아가는 태양이
젊은 피부를 시커멓게 구겨놓았고
더 이상 이 거리에는 꽃이 피지 않는다.
재잘대던 아이들도 잠적했고
지붕위에 꽂았던 깃발은 찢어졌다.
나는 이 거리를 밟기 싫다.
내년에 필 목련이 기다려지지 않는다.
나는 내가 그리워하던
종소리 울리는 마을서 살고 싶다.
그 거리는 이 거리의 남쪽에 있다.
202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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