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가을 나그네

신사/박인걸 2020. 11. 15.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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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나그네

 

아름다웠던 시간들을

하나하나 정리하고

달밤에 떨어지는 오동잎 되어

가을이 사리진 땅으로 걸어가리라.

 

무수한 잡념과 고뇌들이

내려놓지 못한 짐을 끌어당기지만

갈색 고운 단풍잎처럼

환하게 미소 지으면서 떠나가리라.

 

가다보면 내 발길은

거칠고 추운 지대를 만날지라도

천천히 걷는 짐승 한 마리 빌려 타고

지평선 너머를 바라보리라.

 

납덩이같은 침묵이 내려앉고

가파른 언덕이 흰 눈에 덮일지라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소리에

내 영혼을 깨우며 달려가리라.

 

봄을 기다리는 나비 유충과

가지 끝에 움츠린 꽃망울처럼

겨울잠 자는 짐승을 불러 깨우며

나는 차가운 지대로 들어가리라.

202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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