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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나그네
아름다웠던 시간들을
하나하나 정리하고
달밤에 떨어지는 오동잎 되어
가을이 사리진 땅으로 걸어가리라.
무수한 잡념과 고뇌들이
내려놓지 못한 짐을 끌어당기지만
갈색 고운 단풍잎처럼
환하게 미소 지으면서 떠나가리라.
가다보면 내 발길은
거칠고 추운 지대를 만날지라도
천천히 걷는 짐승 한 마리 빌려 타고
지평선 너머를 바라보리라.
납덩이같은 침묵이 내려앉고
가파른 언덕이 흰 눈에 덮일지라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소리에
내 영혼을 깨우며 달려가리라.
봄을 기다리는 나비 유충과
가지 끝에 움츠린 꽃망울처럼
겨울잠 자는 짐승을 불러 깨우며
나는 차가운 지대로 들어가리라.
202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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