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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잎
이른 봄 새순은
봄추위에도 꺾이지 않았다.
한 여름 지루한 더위에도
입술을 깨물며 가지를 붙잡았다.
자 벌레에 갉아 먹혀
앙상한 뼈마디로 달빛이 스며도
본분을 위해 자기 자리를 지켰다.
여름 가뭄에 목이 말라
빗물을 기다리다 까무러쳤어도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고
얼굴 빛 하나 변치 않았다.
다섯 번의 태풍이 쉴 새 없이 때려도
단단해 질 뿐 스러질 수 없었다.
대장장이 망치가 붉은 쇠를 때릴 때
비명을 지르며 그릇이 되듯
곱게 익은 단풍잎에서
상감청자 칠보무늬를 본다.
풍상을 이긴 후 스스로 지는 잎에서
꽃 보다 진한 향기가 퍼진다.
202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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