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지는 잎

신사/박인걸 2020. 11. 7.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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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잎

 

이른 봄 새순은

봄추위에도 꺾이지 않았다.

한 여름 지루한 더위에도

입술을 깨물며 가지를 붙잡았다.

자 벌레에 갉아 먹혀

앙상한 뼈마디로 달빛이 스며도

본분을 위해 자기 자리를 지켰다.

여름 가뭄에 목이 말라

빗물을 기다리다 까무러쳤어도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고

얼굴 빛 하나 변치 않았다.

다섯 번의 태풍이 쉴 새 없이 때려도

단단해 질 뿐 스러질 수 없었다.

대장장이 망치가 붉은 쇠를 때릴 때

비명을 지르며 그릇이 되듯

곱게 익은 단풍잎에서

상감청자 칠보무늬를 본다.

풍상을 이긴 후 스스로 지는 잎에서

꽃 보다 진한 향기가 퍼진다.

202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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