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가을 밤비

신사/박인걸 2020. 11. 6.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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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밤비

 

자정 무렵 비가 내린다.

일부러 낮을 피해

잠들지 않은 나를 위하여

비는 깊은 밤에 내리나 보다.

 

오동 잎 뚝뚝 떨어지고

단풍잎 바스락거리며 뒹굴 때

쓸쓸함에 잠겨 우울했는데

밤비는 내 가슴을 어루만진다.

 

이런 밤에는

쏟아지는 비에 흠뻑 젖어

낮에 떨어진 은행잎을 밟으며

어둔 밤길을 혼자 걷고 싶다.

 

발길 닿는 곳까지

하염없이 걷고 또 걸으며

차갑게 내리는 빗물에

영혼의 소리를 섞어보고 싶다.

 

나만이 간직한 깊은 사연을

빗소리에 맞춰 중얼거리며

지우지 못한 서러움까지

낙엽처럼 훌훌 털어내고 싶다.

202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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