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이름 없는 배

신사/박인걸 2025. 2. 24. 08:33
반응형
  • 이름 없는 배
  •  
  • 내 인생은 이름없는 한 척의 배
  • 파도에 떠밀려 나침판은 고장났고
  • 방향을 알 수 없는 무한한 표박
  • 찬란한 시절을 풍랑과 싸우고
  • 새파란 젊음은 밤바다를 떠돌았다.
  •  
  • 부러진 돛과 깨진 고물에 길을 잃고
  • 밤낮으로 흔들리며 두려워했다.
  • 항구로 가는 길은 멀기만 하여
  • 아득한 수평선은 마냥 두렵고
  • 흔들리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 간절한 소망을 하늘에 담아야 했다.
  • 암초를 넘으면 태풍이 기다리고
  • 태풍을 넘으며 조수가 부풀어 올랐다.
  •  
  • 망망대해에서 여러 번 낙담했고
  • 꿈꾸던 섬들은 멀리 도망쳤다.
  • 칠흑 같은 밤에 북두칠성마저 사라졌고
  • 쫓기는 마음과 지친 몸은
  • 삶의 소망을 깊은 바다에 던져야 했다.
  •  
  • 아득한 기항지를 가슴에 담았지만
  • 검푸른 파도에 산산히 부셔졌고
  • 낡은 갑판마져 파도에 찢겨
  • 조각난 널판을 부여잡고 표류할 때
  • 불빛 하나 없는 절망의 순간에
  • 나를 붙잡는 손길이 음성과 함께 다가왔다.
  • 그 손길은 존재의 근원이었고
  • 그 음성은 불꽃의 속삭임이었다.
  • 아직도 나는 여전히 바다를 떠돌지만
  • 하나도 두렵지 않다.
  • 2025,2,24
반응형

'나의 창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빗소리  (0) 2025.02.26
잦 나무  (0) 2025.02.25
잃어버린 집  (0) 2025.02.21
잿버덩 길  (0) 2025.02.20
돌 배나무  (0) 2025.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