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가을비 그리움에 지쳐 빗물이 눈물 되어 가슴으로 흘러내려 영혼을 적신다. 그 해 가을에 떠난 단발머리 손녀가 비가 내릴 때면 이리도 생각날까. 못다 핀 꽃잎 위에 슬픔이 고이고 비 맞은 새의 울음도 서럽다. 산허리의 안개는 가슴을 끌어안고 바람마저 잠들어 애타는 맘을 안위한다. .. 나의 창작시 2015.10.03
추석성묘 추석성묘 가을 햇살이 쑥부쟁이에 앉아 산소 길녘에서 밝게 웃는다. 와보고 싶었는데 바쁘게 사느라 몇 해 만에 서니 크게 죄송하다. 자식을 키워보니 부모 맘 왜 모르랴 두 분에게 나도 금쪽같은 자식인데 살아생전 못한 일이 못내 아쉽지만 뒤늦게 후회하나 그게 무슨 소용이랴 두 분 .. 나의 창작시 2015.09.30
추석 추석 그 해 추석엔 갈 곳이 없어서 네 살배기는 외가에 보내고 아내와 함께 동두천 기도원서 식음을 중단하고 배나무 옆에 엎드렸다. 섧고. 배고프고 외롭고. 막막해서 둥글게 뜬 달빛에 얼굴을 묻었다. 나사렛 청년의 길을 따라 나섰으나 턱없이 부족했던 햇병아리 선지생도 그 때 그 달.. 나의 창작시 2015.09.26
소원기도 소원기도 지난 화요일 하늘나라에 도착한 아직 앳된 소녀를 특별히 부탁합니다. 아직은 그곳에 가야할 나이가 아닌데 어쩌다 느닷없이 이곳을 떠났어요. 대기업 입사하듯 까다롭게 묻지 말고 검사가 날카롭게 심문하듯 하지 마세요. 사분사분하고 얌전한 소녀로 예배당에서 첼로를 연주하였어요. 그 애를 보낸 부모와 우리가 많이 힘들어요. 아무말씀마시고 그냥 품어주세요. 가끔씩 꿈에라도 한번 씩 집에 보내서 환한 미소로 부모를 위로하게 해주세요. 2015.9.27 나의 창작시 2015.09.25
들국화 들국화 가을바람이 어루만진 꽃잎이 늦은 햇살에 유난히 빛난다. 버려진 땅에 잡초의 신분으로 서러움을 딛고 까치발로 서서 관절이 시리고 명치끝이 아파도 밤별을 닮은 꽃잎을 피웠다. 정갈한 꽃잎에 거룩함이 고여 함부로 꺽지 못하고 바라볼 뿐이다. 2015.9.22 나의 창작시 2015.09.22
가을의 찬미 가을의 찬미 천둥치던 날 파르르 떨던 밤송이가 가을 햇살에 입을 활짝 열고 윤기 나는 밤알을 토해내며 익은 벼이삭 사이로 참새 떼들이 성찬을 즐기며 까맣게 익은 해바라기는 단체로 감사기도를 올린다. 길섶에 주저앉았던 코스모스가 긴 가뭄을 딛고 일서서서 모가지를 길게 빼들고 .. 나의 창작시 2015.09.19
가을 잎사귀 가을 잎사귀 숭숭 뚫린 구멍에서 미명이 들리고 찢긴 잎사귀마다 싸매지 못해 애처롭다. 가슴고름을 앓느라 연실 객담을 뱉어내고 만성이 되어버린 호흡은 가쁜 숨을 몰아쉰다. 자벌레가 갉아먹고 송충이가 파먹고 태풍에 몹시 시달리다 허공에 곤두박질했다. 오월신록의 꿈은 산산조각.. 나의 창작시 2015.09.12
고독 고독 태초부터 지금까지 허공을 달리는 태양아 어슴푸레한 밤하늘에 외롭게 떠가는 달아 억겁의 세월을 바다에 떠 있는 섬들아 홀로 지내는 고독을 내 어찌 모르랴. 무거운 짐을 지고 사막을 걷는 낙타와 둥지서 기른 새끼를 보내고 구슬프게 우는 비둘기야 석양을 바라보는 주름살 깊은.. 나의 창작시 2015.09.09
백로소묘 백로 소묘 정수리에서 맴돌던 태양이 건넌 마을위로 비켜가고 수척해진 능소화가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태풍에 휘둘린 잡초는 세탁해 낸 빨래 같고 벌레에게 뜯긴 나뭇잎 마다 호흡곤란을 겪고 있다. 짙푸르던 미루나무는 담즙이 막혔나 황달을 앓고 꼿꼿하던 억세 풀도 제풀에 주저앉.. 나의 창작시 2015.09.07
그 시절 추억 그 시절 추억 봉천동 산비탈에 허물어져가는 판잣집 사이로 두 평 남짓한 셋방살이 다섯 식구 칼잠에 꿈마저 희미했지만 수선화를 닮은 새색시 어려운 살림에도 꽃처럼 웃고 샘처럼 맑은 눈빛으로 용기를 주던 나의 아내야 오십 오번 시내버스 빌빌대며 넘던 상도동 고개 허접한 간판 내.. 나의 창작시 2015.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