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안개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그 종적을 알 수 없는 존재여 밤새 목적도 없이 배회하다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허무던가. 가로막으나 벽이 되지 못하고 길을 지우나 쉽게 길을 터주며 모질지 못해 자신을 허물고 뭉치지 못해 세력에 실패하고 꿰매지 않은 보자기를 펼쳐 세상을 단숨에 쓸어덮는 포근함이여 허물어지고 부서진 모서리까지 싸매주고 어루만지는 자비로움이여 산허리를 전설에 가두며 포구 배들의 발을 묶고 도시의 속도를 거북이로 만들고 세상을 일시 정지시키는 기술자여 경계와 경계를 지워 피아를 하나 되게 하는 철학과 그 붉은 단풍잎과 샛노란 은행잎도 희디 흰 연막으로 가리며 뽐내지 못하도록 다독이는 자애 그 성품이 본디 사납지 못해 온종일 거칠게 휘젓지 않으며 세상을 온통 고요 속에 가두다 날개도 없이 날아 하늘 저 멀리 사라지는 그리움 아침에 왔다 홀연히 떠나는 안개는 어느 성인의 영혼일까 2016,10,2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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