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儀訓
낙엽이 지는 소리와
풀잎이 숨을 거두는 신음이
고통과 슬픔이 아닌
영면하는 성인의 기도소리로 들립니다.
산다는 것은 축복이며
호흡할 수 있다는 것은 은총임을
고운 빛깔로 삶을 정리하는
잎사귀들에서 배웁니다.
연두 빛 봄의 노래와
짙푸르던 여름의 희망과
흐무러지는 열매에서
생명체의 자랑스러움을 봅니다.
경건을 넘어 거룩한 가을
약간의 요적(寥寂)이 스미지만
모자람 없는 가득함이
창조자의 경향임을 깨닫습니다.
나무들이 옷을 벗으며
하나 둘 나신으로 줄을 서지만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는
진실한 모습 앞에 또 감탄합니다.
문득 자신을 헤아리니
덕분으로 살아 온 삶이었기에
잊었던 감사를 불현 듯 떠올리며
고개를 절반이나 숙입니다.
2016.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