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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여름
- 비의 어깨를 타고 풀잎이 숨을 쉴 때
- 한 줌 푸르름이 묵은 흙은 뒤집는다.
- 태양은 무명의 잎맥에 이마를 대고
- 엷은 바람은 모성의 입술로 이름을 짓는다.
- 잎마다 잊힌 약속을 가지 끝에 매단 채
- 고요한 겹겹의 생을 뒤척인다.
- 심장은 지하수처럼 불현듯 맑아
- 그늘조차 향기를 뿜는 계절이다.
- 꽃은 피며 이내 저물어
- 웃음 뒤편에 슬픔이 가득하고
- 시간은 환한 것부터 먼저 거두니
- 찬란은 멈춤의 다른 이름이다.
- 초록은 속절없이 텅 빈 충만
- 기억은 이파리보다 얇은 흔적이다.
- 나는 발끝까지 물들어 사라지며
- 질문처럼 나이테에 초여름을 새긴다.
- 2025,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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