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초여름

신사/박인걸 2025. 5. 14.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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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여름
  •  
  • 비의 어깨를 타고 풀잎이 숨을 쉴 때
  • 한 줌 푸르름이 묵은 흙은 뒤집는다.
  • 태양은 무명의 잎맥에 이마를 대고
  • 엷은 바람은 모성의 입술로 이름을 짓는다.
  •  
  • 잎마다 잊힌 약속을 가지 끝에 매단 채
  • 고요한 겹겹의 생을 뒤척인다.
  • 심장은 지하수처럼 불현듯 맑아
  • 그늘조차 향기를 뿜는 계절이다.
  •  
  • 꽃은 피며 이내 저물어
  • 웃음 뒤편에 슬픔이 가득하고
  • 시간은 환한 것부터 먼저 거두니
  • 찬란은 멈춤의 다른 이름이다.
  •  
  • 초록은 속절없이 텅 빈 충만
  • 기억은 이파리보다 얇은 흔적이다.
  • 나는 발끝까지 물들어 사라지며
  • 질문처럼 나이테에 초여름을 새긴다.
  • 2025,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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