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봄날에
버들피리 냇가에서 울려 퍼지면
밭둑에 민들레 노랗게 웃고
종달새 보리밭 휘젓고 날면
덩달아 산 까치도 노래 부르던
신작로 뽀얀 먼지 뒤집어쓰고
진달래 꽃 먹으며 걷던 어느 봄
열일곱 살 그녀는 봄바람에
포플린 치마가 휘날리고
아지랑이 아물대는 봄 길에
연분홍 댕기가 한들거리면
호수 같던 사내 마음은 살랑대고
가슴은 부푼 풍선이 된다.
정답게 넘나들던 마을 앞 고개
함초롬히 웃는 얼음살이 꽃
첫 날개 짓 서툰 노랑나비
잠에서 갓 깨어난 산 다람쥐야
물오른 가지마다 트는 햇순아
고운 첫 사랑이 익어만 갔다.
2017.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