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숙명(宿命)

신사/박인걸 2024. 6. 19. 04:02
  • 숙명(宿命)
  •  
  • 아득한 곳에서 울려오는 파도 소리
  • 운명이라는 이름으로 부서진다.
  • 사라져가는 물거품처럼
  • 흔적 없이 사라지는 한순간을
  •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맞이하며
  • 그저 바람에 휘말려 흐른다.
  •  
  • 산다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 하늘 아래 내 존재는 무엇인가?
  • 목적 없이 떠도는 부유물일까?
  • 물결에 밀리는 모래 알갱인가?
  • 흔적 없이 사라지는 발자국처럼
  • 스쳐 가는 시간 속에 우리는 잊히리라.
  •  
  • 숙명은 미신이 아니며
  • 거부할 수 없는 하나의 족쇄이며
  • 허무의 그림자에 갇힌 눈먼 존재이다.
  • 밝은 태양 아래서조차
  • 그늘을 찾는 우린 바보이며
  • 현실의 한계를 도망치지 못한 채로
  • 희망 없는 길을 걸어간다.
  •  
  • 이 길의 종착에서 기다리는 건
  • 한 줌 흙, 아니 재가 아닌가.
  • 아직 버리지 못한 희망을 쥐고
  • 우리는 허상 속으로 사라진다.
  • 마치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 유령처럼 사라지는 것이다.
  • 2024,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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