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장맛비

신사/박인걸 2023. 7. 14. 14:06
  • 장맛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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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오는 소리를 들을 뿐 창을 열지 않았다.
  • 참았던 울음을 실컷 쏟아내는 비는
  • 어떤 아낙네처럼 며칠 흐느낄 것이다.
  • 채워질 수 없는 공격기제의 응어리들이
  • 가슴속 깊이 덩어리로 떠돌다.
  • 고독의 온도계가 한계상황에 놓이면
  • 뚝 터진 봇물 터지듯 눈물은 폭포를 이룬다.
  • 삶의 무게들이 어깨를 짓누를 때면
  • 고통은 벽돌처럼 켜켜이 쌓이고
  • 위로받지 못하는 현실의 괴탄(怪嘆)은
  • 임계점을 돌파할 때 폭발한다.
  • 먹구름이 서쪽 하늘에서 치닫던 오전(午前)
  • 나는 한 밤에 적림(積霖)을 예감했다.
  • 쌓이고 쌓인 분한(憤恨)한 감정을
  • 대상 없이 아무 데나 쏟아부어서라도
  • 가슴이 후련해진다면 나는 반갑게 맞겠다.
  • 그 쓸쓸함과 허전함이 위로된다면
  • 밤새 흐느끼는 소리를 참아주리라.
  • 해마다 비슷한 시기에
  • 슈퍼스타 콘서트 예약처럼 찾아오는
  • 이천이십 년의 여름 장맛비는
  • 분요(紛擾)한 내 가슴도 훔쳐내고 있다.
  • 202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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