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장맛비

신사/박인걸 2023. 7. 14. 14:04
  • 장맛비
  •  
  • 비는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내린다.
  • 집산 된 빗물은 도랑을 이루어
  • 반사적으로 하수구 구멍을 찾아간다.
  • 비는 얼룩진 간판을 말끔히 씻고
  • 오염 된 아스팔트를 청소한다.
  • 퍼붓듯 쏟아지는 빗물은
  • 저 사람들 가슴에도 흐를까
  • 며칠간 내리는 장맛비에 나는
  • 켜켜이 포개진 번민들을 씻고 싶다.
  • 나졸들 앞에 설 일은 아니지만
  • 양심 앞에 자유롭지 않은
  • 낡은 쇳물처럼 영혼을 오염시킨
  • 관영(貫盈)한 잡 죄들을
  • 세찬 빗줄기로 씻어내고 싶다.
  • 나는 지금 예배당 앞에 서있고
  • 비는 그 자리에 나를 가둔다.
  • 갑자기 아스팔트로 와디가 형성되고
  • 승용차들이 수륙양용이 된다.
  • 천둥소리는 허파를 찌르고
  • 연이어 번쩍인 번개는 심장에 꽂힌다.
  • 순간 나는 두 손을 번쩍 들고
  • 하늘에서 쏟아진 직수례(直水禮)를 한다.
  • 흠뻑 젖은 영혼 깊숙이
  • 빗물이 성수(聖水)로 흐르는 느낌이다.
  • 2018.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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