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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맛비
- 비는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내린다.
- 집산 된 빗물은 도랑을 이루어
- 반사적으로 하수구 구멍을 찾아간다.
- 비는 얼룩진 간판을 말끔히 씻고
- 오염 된 아스팔트를 청소한다.
- 퍼붓듯 쏟아지는 빗물은
- 저 사람들 가슴에도 흐를까
- 며칠간 내리는 장맛비에 나는
- 켜켜이 포개진 번민들을 씻고 싶다.
- 나졸들 앞에 설 일은 아니지만
- 양심 앞에 자유롭지 않은
- 낡은 쇳물처럼 영혼을 오염시킨
- 관영(貫盈)한 잡 죄들을
- 세찬 빗줄기로 씻어내고 싶다.
- 나는 지금 예배당 앞에 서있고
- 비는 그 자리에 나를 가둔다.
- 갑자기 아스팔트로 와디가 형성되고
- 승용차들이 수륙양용이 된다.
- 천둥소리는 허파를 찌르고
- 연이어 번쩍인 번개는 심장에 꽂힌다.
- 순간 나는 두 손을 번쩍 들고
- 하늘에서 쏟아진 직수례(直水禮)를 한다.
- 흠뻑 젖은 영혼 깊숙이
- 빗물이 성수(聖水)로 흐르는 느낌이다.
- 2018.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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