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아픈 기억

신사/박인걸 2023. 7. 2. 22:56
  • 아픈 기억
  •  
  • 시간은 지난날의 기억을
  • 좀벌레처럼 갉아먹으며 지나간다.
  • 보릿고개 너무 높아 헐떡이며 넘던 날엔
  • 대낮에도 어둠이 섞여 두려웠고
  • 보랏빛 도라지 꽃망울 같던 너는
  • 칠월의 문턱에서 그만 스러져갔다.
  • 네가 남겨두고 간 시간을
  • 내 작은 주머니에 옮겨 담고
  • 미친 듯이 거친 들판을 헤집으며
  • 네가 흘린 눈물방울 주워담았다.
  • 올해 여름도 그해처럼 뜨겁고
  • 네가 살던 집터에는 잡초만 몽용하다.
  • 아직도 내 기억의 창고에는
  • 아홉 살 소년이 박재 된 채로 서있고
  • 해맑던 너의 웃음소리는
  • 반딧불이와 함께 날아 다니는데
  • 주름진 손등에는 검버섯이 피어오르고
  • 시원하던 이마에 박힌 가시 주름에서
  • 나에게 할당된 시간에
  • 노란불이 켜지는 것을 느낀다.
  • 머릿속에 가물거리는 아픈 기억을
  • 이제는 차가운 안개 속으로 던지고 싶다.
  • 접시꽃 한 아름 꺾어 안고
  • 나만 아는 길을 혼자서 내달린다.
  • 202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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