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오래 된 이야기

신사/박인걸 2022. 2. 5. 22:15
  • 오래된 이야기
  •  
  • 수평선 위에 가물거리는 고깃배처럼
  • 오래된 기억이라서 아스라하지만
  • 흐트러진 낟알처럼 주워 담으면
  • 영롱한 진주 목걸이처럼 출렁인다.
  • 가꾸지 않은 소나무들이
  • 빽빽하게 늘어선 강변 둑에는
  • 세찬 바람이 휘몰아치는 겨울일지라도
  • 내 발걸음은 흔들리지 않았다.
  • 얼어붙은 강물은 가끔씩 길게 울고
  • 빛바랜 갈대는 물이랑처럼 넘실대도
  • 눈동자가 살아있는 물새 나는 방향으로
  • 정한 것이 없지만 늘 따라 걸었다.
  • 수를 헤아릴 수 없는 눈송이들이
  • 폭포수처럼 쏟아지던 어느 날에는
  • 내가 걸어온 발자국을 쓸어 덮어도
  • 나는 하나도 서운하지 않았다.
  • 그 많던 떼까치들도 깊은 숲으로 사라진
  • 나 홀로 서 있는 거친 들판에는
  • 차가운 고독이 상고대처럼 일어서도
  • 우수의 강을 건너기만 하면
  • 복수초 노란 꽃망울이 기다리고 있었다.
  • 아직도 그 따뜻했던 봄을 그리워한다.
  • 20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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