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봄이여 오라.

신사/박인걸 2022. 2. 4. 15:01
  • 봄이여 오라.
  • 눈보라 휘몰아치는 산야에는
  • 자유를 잃은 나무들이 두려워 떨고
  • 그토록 역동적이던 생명체들은
  • 빙저호안에 깊이 잠겨 있다.
  • 흐드러지게 피던 고운 꽃송이들은
  • 계절의 윤회에 소멸하였다 치더라도
  • 늦가을 마지막 잎새까지 잔인하게 목을 친
  • 칼바람의 폭력은 용서할 수 없다.
  • 시답잖게 몇 차례 내려준 눈으로
  • 돌아선 나를 돌이키려 하지 말라.
  • 내 마음은 이미 스칸디나비아반도가 되었고
  • 툰드라의 순록 떼가 더러 오갈 뿐이다.
  • 봄이여 어서 오라.
  • 나는 지긋지긋한 동한(冬寒)을 증오한다.
  • 고로쇠나무에 단물이 오르고
  • 복수초 노란 꽃송이가 얼음을 헤집으며
  • 노랑나비가 서투른 날갯짓으로
  • 아지랑이 사이를 쏘다니는 봄을 맞고 싶다.
  • 종달새는 보리밭 고랑을 날고
  • 버들강아지 목화송이처럼 피어나면
  • 생명의 기운이 거친 대지 위에 약동하는
  • 연록색 새 봄을 맞이하고 싶다.
  • 봄이여 지체 말고 달려오라.
  • 내 눈에 고인 눈물을 꽃잎으로 닦아주고
  • 얼어버린 내 손을 입김으로 녹여주라.
  • 흐트러진 내 마음을 주워 담고
  • 잃어버린 꿈을 되찾아 벌판을 달리고 싶다.
  • 치미는 새싹처럼 일어서서
  • 그림 같은 세상을 만나보고만 싶다.
  • 봄이여 내 옆으로 오라.
  • 20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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