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겨울 산길

신사/박인걸 2021. 12. 29. 15:52
  • 겨울 산길
  •  
  • 가랑잎들이 길게 누워있고
  • 바람이 불 때마다 꿈틀거린다.
  • 겨울 햇살은 인색하여
  • 응달쪽에는 오다가 가버렸다.
  • 봄이면 일찍 피던 진달래 나무가
  • 잔뜩 움츠린 채 떨고 있지만
  • 가지 끝에 맺힌 꽃눈들은
  • 혹한에도 당차고 야무지다
  • 시간은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고
  • 그림자의 각도(角度)는 일정하다.
  • 머리가 없는 나무들지만
  • 이상하리만큼 계절을 잘 읽는다.
  • 시련의 겨울은 당분간 지속하겠지만
  • 봄이 올줄 산은 알고 있다.
  • 스러지지만 않고 기다리다 보면
  • 꽃피는 그날이 찾아 온단다.
  • 새들은 어디론가 가버렸고
  • 그 충만하던 향기는 사라졌지만
  • 또다시 피울 꽃망울을 움켜잡은
  • 생강나무 몇 그루 늠름하다.
  • 2021.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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