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 산길
- 가랑잎들이 길게 누워있고
- 바람이 불 때마다 꿈틀거린다.
- 겨울 햇살은 인색하여
- 응달쪽에는 오다가 가버렸다.
- 봄이면 일찍 피던 진달래 나무가
- 잔뜩 움츠린 채 떨고 있지만
- 가지 끝에 맺힌 꽃눈들은
- 혹한에도 당차고 야무지다
- 시간은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고
- 그림자의 각도(角度)는 일정하다.
- 머리가 없는 나무들지만
- 이상하리만큼 계절을 잘 읽는다.
- 시련의 겨울은 당분간 지속하겠지만
- 봄이 올줄 산은 알고 있다.
- 스러지지만 않고 기다리다 보면
- 꽃피는 그날이 찾아 온단다.
- 새들은 어디론가 가버렸고
- 그 충만하던 향기는 사라졌지만
- 또다시 피울 꽃망울을 움켜잡은
- 생강나무 몇 그루 늠름하다.
- 2021.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