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겨울 나목

신사/박인걸 2021. 12. 26. 21:51
  • 겨울나목
  •  
  • 길가에 일렬로 선 나목에서
  • 삶의 고달픔을 읽는다
  • 40년 만의 맹추위 앞에
  • 존재의 의미까지 얼어붙었다.
  • 언 가지끝에는 고독이 알알이 맺혔고
  • 불어오는 바람에 꿈은 휘둘린다.
  • 매연과 굉음을 견디면서
  • 버티어 온 억척같은 의지도
  • 참담한 추위앞에
  • 술에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린다.
  • 거목의 꿈은 일치감치 접었다.
  • 숲으로 돌아가는 소박함도 잊었다.
  • 콘크리트위의 운명은 끈 끊어진 연이다.
  • 처음부터 사나운 목숨이었다.
  • 이렇게 혹한의 시련이 올 때면
  • 극복해야 할 명분마저 잃고
  • 존재하느니 차라리 스러지고 싶을 뿐이다.
  • 초라하게 비치는 햇살은 역겹고
  • 지줄대는 도시 새들의 노래도 귀찮다.
  • 가로등이 켜지는 밤은 더욱 무섭다.
  • 어쩌면 오늘 밤에 동사할 지도 모른다.
  • 비쩍 마른 나목들이 애처롭다
  • 2021.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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