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그때 성탄절

신사/박인걸 2021. 12. 24. 02:56
  • 그때 그 성탄절
  •  
  • 삭풍(朔風)은 눈보라를 일으키며
  • 함부로 마을을 휘젓고
  • 언 강은 누가 그리운지
  • 밤마다 길게 울었지만
  • 시골교회 마당에는 아이들이 재잘댔다.
  •  
  • 생소나무 몇 그루 참수하여
  • 예배당 어귀에 세워놓고
  • 엉성하게 엮은 색종이 사슬에
  • 은빛 별들이 햇빛에 반짝였다.
  •  
  • 목이 터지라 외치는 아이들 새벽 송은
  • 불협화음에 입술이 얼어도
  • 십리 길도 마다않던 않던 새벽 발걸음은
  • 어떤 예배보다 더 거룩했다.
  •  
  • 허름한 옷을 입은 맑은 눈의 아이들이
  • 별을 따라간 동방박사들처럼
  • 집집이 방문하며 부른 축복 송은
  • 베들레헴에 내려왔던 천사들의 노래였다.
  •  
  • 지금은 한낱 가슴에 메아리로 남아
  • 성탄절이면 쓸쓸히 맴돌다 사라지지만
  • 그 시절 부르던 아이들 노래는
  •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하늘나라 노래였다.
  • 2021.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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