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시간
시간은 브레이크 없는 바퀴를 달고
같은 속도로 끝없이 달린다.
세월은 프쉬케를 양손에 들고
운명(運命)을 자유자재로 이동시킨다.
당신의 여린 목숨을 빙리화처럼 피어 올리고
모진 바람에도 꺾이지 않는
쇠로 만든 나무가 되게 했다.
시련의 봄을 넘어 장마 지루한 여름을 겪고
단풍잎이 함빡 쏟아지던 날에
몇 번을 꺾일 뻔했던 강한 의지가
겨울바람 부는 언덕에 솟대처럼 서 있었다.
당신을 가둔 영역과 내가 갇힌 영역이
거반(居半) 다를 바 없는 황무지였다.
고요했던 날들은 열 손가락에 꼽히고
거친 파도가 앞길을 가로막았다.
삭풍 몰아치는 봉천동 언덕에서
당신과 나의 의지는 거꾸로 매달렸고
외가닥 남포등 심지에 꺼져가는 불꽃처럼
밤 안개 속에서 가물거릴 때
우리의 희망은 산산이 부서진 영혼이었다.
유일하게 두드릴 문은 하늘 문이었고
쉽게 열리지 않는 걸 알았기에
지문이 닳도록 문고리를 잡아 당겼다.
위에서 열린 문을 다시는 잠그지 못하게
박달나무 빗장을 불태우고
자물쇠를 바다 깊은 곳에 던졌다.
지금 흘러가는 시간과 그 때의 시간은
분명히 다른 걸음을 걷고 있다.
하지만 당신은 그 시간을 잘 거슬렀다.
2021.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