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계절의 윤회(輪回)

신사/박인걸 2021. 11. 13. 16:10

계절의 윤회(輪回)

 

꽃이 피고 꽃이 지고

잎이 피고 잎이 낙엽으로 지고

해마다 윤전(輪轉) 되는 계절에는

희원(希願)과 허무(虛無)도 반복된다.

꽃밭을 뛰놀며 풀밭을 헤집던

연골이 무르익던 시절에는

계절의 되풀이와 생(生)의 관조에 둔했다.

혈기방장하던 내 젊음이

일흥과 도취에 동분서주할 때

이학(理學)의 원리와 법칙에 무관했다.

백발설염(白髮雪髥)의 희수(喜壽)에 이르니

비로소 계절의 윤회(輪回)를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독파하며

텅 빈 공중에 휘날리는 추풍낙엽에서

흥망의 덧없음을 알아차린다.

하지만 계절변동조절이 이뤄지면

동한(冬寒)의 계곡 끝에 춘절이 있다.

저 쏟아지는 낙엽 더미에 묻힌

새파란 맹아(萌芽)들의 촉수(觸手)가

대지(大地)를 찢고 개벽(開闢)하리라.

지금도 수레바퀴는 돌고 있다.

나 또한 그 언저리에서 따라 돈다.

2021.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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