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단풍을 보며

신사/박인걸 2021. 11. 2. 22:19

단풍을 보며

 

육교에서 마주 본 단풍잎은

쳐다볼 때와 다르게 눈부시다.

어디선가 쉬고 있는 바람 탓에

깨지지 않은 그릇처럼 오롯하다.

 

아스팔트 위에서 살아온 삶이

지치고 고달파 목이 멨어도

가볍게 비울수록 아름다워지는

불변의 진리를 잎들은 아나 보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짧은 한해살이의 가여운 삶이

꺼져가는 심지처럼 가물거려도

일제히 등을 밝히니 곱다.

 

곧 어디론가 사라질지라도

일어날 일에 대한 염려하나없이

지금을 가장 아름답게 꾸민

잎들의 고움에서 참 행복을 본다.

202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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