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About loneliness

신사/박인걸 2021. 10. 30. 09:01

About loneliness

 

이제 꽃들은 사라졌습니다.

뒷산 나뭇잎의 절반이 비탈에 나뒹굴고

도시 정원의 고운 잎들도 수의로 갈아입었습니다.

사나운 바람이 휘저을 때면

암을 앓는 여인의 머리카락처럼 잎이 쏟아집니다.

도시 기러기들이 하늘높이 떠서

서글픈 음성을 허공에 뿌리며 북으로 갑니다.

앞마당에 서 있는 병든 마로니에 나무는

그 곱던 옷을 강제로 벗기우고

가자미 가시처럼 하늘에 내걸렸습니다.

내가 겪은 가을이 한두 번이랴마는

간담상조하던 벗이 떠난 마음보다 쓸쓸합니다.

늦가을 비라도 내린다면

내 마음은 낡은 담장처럼 무너질 것입니다.

저녁녘 고달픈 태양이 산 위로 스러지고

사납던 바람들은 도시빌딩 뒤로 숨었습니다.

일시적인 고요가 새벽 거리 느낌을 줄 때

쓸쓸함은 몇 배 더 밀물처럼 밀려옵니다.

해외 객창(客窓)에서 병을 얻은 몸처럼

스스로 가누기 힘들 만큼 흔들립니다.

누구 때문이 아닌 무엇 때문인 같아

원인규명에 골몰해 봅니다.

아무래도 작년에 앓던 가을 병이 도진 것 같습니다.

2021.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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