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애수(哀愁)
치열했던 시간들은 갔다.
시련의 아픔들도 세월에 묻혔다.
태양이 발광(發狂)하던 한복판에서
비지땀을 쏟던 시절도 갔다.
이제 가련한 코스모스와
아직은 인연을 끊지 못한 백일홍만이
가을바람에 흔들릴 뿐
우거진 푸른 숲은 이제 힘을 잃었다.
시간의 흐름을 끊어내지 못한
생명체들은 하나같이 잔뜩 겁을 먹고
스스로 죽는 연습을 하며
계절의 운명을 말없이 받아드린다.
자신과 닮은 염색체의 정보를
형형(形形)의 기밀 용기에 담아둔 채
싸늘한 기운에 아무 저항 없이
멀리 떠날 채비를 차린다.
마지막 노래가 황금 음률을 타고
바람결에 실려 출렁 인다.
그럴수록 가슴에 스며드는 쓸쓸함이
저녁노을에 길게 걸려있다.
202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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