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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눈 오는 날
잿빛 구름은 산을 넘어오고
아침은 저 멀리서 서성이더니
뜻밖에 금년(今年) 첫 눈은
쌓인 감정(感情)을 밀어낸다.
세상의 지저분한 논제(論題)들이
감정억제의 한계에 이르러
건드리면 폭발할까 두렵더니
흰 눈이 앙심(怏心)을 잠재운다.
형언(形言)불가의 눈발이
추동의 경계선을 모두 지우고
은빛 세상을 단숨에 만들 때
오불조불한 자신이 민망하다.
불길한 소식이 빗발치며
비겁(卑怯)함으로 얼룩진 땅에
진리처럼 하얗게 내리는
백설(白雪)에 잠시나마 행복하다.
2018.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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