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첫 눈 오는 날

신사/박인걸 2018. 11. 24.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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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눈 오는 날

 

잿빛 구름은 산을 넘어오고

아침은 저 멀리서 서성이더니

뜻밖에 금년(今年) 첫 눈은

쌓인 감정(感情)을 밀어낸다.

 

세상의 지저분한 논제(論題)들이

감정억제의 한계에 이르러

건드리면 폭발할까 두렵더니

흰 눈이 앙심(怏心)을 잠재운다.

 

형언(形言)불가의 눈발이

추동의 경계선을 모두 지우고

은빛 세상을 단숨에 만들 때

오불조불한 자신이 민망하다.

 

불길한 소식이 빗발치며

비겁(卑怯)함으로 얼룩진 땅에

진리처럼 하얗게 내리는

백설(白雪)에 잠시나마 행복하다.

2018.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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