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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입구에서
가을의 끝자락이
몇 잎 남은 단풍잎에 걸려있다.
벚꽃 소복하게 피던 가지에 앉아 놀던
멧새들 어디론가 떠나 없고
한 여름 짙푸르던 숲에서 자지러지던
풀벌레 소리도 사라져 적막이다.
얼기설기 엮인 나뭇가지들 사이로
싸늘한 바람이 술술 빠져나가고
자리 잡지 못한 가랑잎들이 방황한다.
자주 찾아오는 숲의 상황은
불과 며칠 만에 새로운 국면을 맞고
겨울이 다가오는 길목에는
숲을 지키려는 나무들의 결의가 서려있다.
늠름한 근육질의 나무들은
하나같이 거총(据銃)자세이다.
얽매이거나 거추장스럽지 않아
각개전투하기에 홀가분하다.
혹한(酷寒)이 잔인하게 휩쓴다 해도
거뜬히 이겨내리라는 의지가 엿보인다.
법령(法令)이나 제도(制度)가 없어도
스스로 살아가는 자연(自然)이
사람보다 더 지혜로워 뿌듯하다.
2018.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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