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소나무 당신

신사/박인걸 2017. 2. 7. 14:38

소나무 당신

다른 나무들 옷을 벗을 때
나도 따라 벗었고
철따라 옷을 갈아입을 때면
나 또한 따라 입었으나

당신은 한번도
변신(變身)하지 않은 채
언제나 그 자리에 서서
자리를 뜨지 않았소.

미세먼지를 빗질하며
오염된 숲을 정화하고
폭풍에 휘둘려도 굽히지 않고
설한에도 꺾이지 않았소.

사철 내뿜는 솔향기는
그윽함으로 가슴을 씻고
그 푸르른 색깔은
꿋꿋한 태도를 다짐케 하오.

당신 옆에만 서면
언제나 작아지는 나는
곱게 물든 단풍나무들과 함께
의연한 당신을 항상 흠모한다오.

나에게도 푸른 옷 한 벌 주시오
나신(裸身)을 가리우고
당신 곁에 언제나 서서
영원히 푸르게 살고 싶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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