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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날의 한숨

가을 날의 한숨 빛바랜 나뭇잎은 찬 바람에 떨고,아직 덜 익은 옹졸한 열매가가지 끝에 매달려 부끄럽다.늦가을 분위기는 몹시 서글프고나도 모르게 한숨이 스며든다. 낡은 색깔이 흩어지는 하늘 아래길 잃은 햇살은 여전히 미적거리고다시 돌아올 수 없는 시간 속에서어제의 나는 어디쯤 서 있었을까.후회의 조각들만 차곡히 쌓여가고 있다. 맥없이 떨어지는 나뭇잎은무언가를 말하려는 듯 허공을 배회하고가슴 깊이 파고드는 허무가 무겁다.바람에 흩어지는 저 낙엽처럼내 인생도 어느 날 저렇게 사라지려나. 지나가는 바람처럼 흔적도 없이가을비에 뒹구는 나뭇잎처럼삶은 이렇게 덧없이 가고그 후 남겨진 것은 무엇일까.뒤돌아본 자리엔 공허함만 남는다.2024,10,19

나의 창작시 2024.10.19

가을 비 내리던 날

가을비 내리던 날 가을비 내리던 날빗속에 그리움이 젖어들고비에 젖은 단풍잎들이 뒹구는 길을우리는 다정하게 걸었지 아주 오랜 계절의 강을 건너오늘 나는 그 길을 걷는다.빗방울에 비친 너의 미소가희미하게 다가와 내 마음을 흔든다. 찬 바람에 쓸려간 시간 속에나는 아직도 그 길을 찾아 헤매며지금껏 너를 그리워하는데너는 빗방울 소리에 나를 기억할까. 길가에 쌓인 낙엽은 오래된 편지처럼가슴 속에 묻어 둔 말을 흘려보내며내 그리움을 네게 전하는데빗소리에 담긴 내 음성을 너는 기억하려나. 가을비가 그치고 나면이 길엔 새로운 발자국이 남겠지만너와의 기억은 내 가슴에변하지 않는 그리움의 색깔로 남겠지,2024,10,18

나의 창작시 2024.10.18

가을 고민

가을 고민 가을의 초엽을 지나황혼의 깊은 그림자가 드리우고분요하던 세상은 잠잠해지고찬 이슬이 풀잎에 쌓일 때새벽공기는 옷자락을 파고든다. 내 눈 앞에 펼쳐진 초목들은스스로를 치유하며무거웠던 짐을 발아래 내려놓고이제야 삶의 숨결이 가벼워진다.두려움 속에 숨었던 기운들이따스하게 하나둘 물러가고나뭇가지에 금빛으로 물든 잎들은빛바랜 그것이 아닌새로운 시작의 얼굴로 다가온다. 바람결에 춤추는 잎사귀들은마치 가라앉는 강물처럼나의 마음을 조용히 감싼다.결실의 수확은 정량을 채우고자연은 겸손하게 물러선다.조용히 흐르는 시간 앞에나는 나를 그 흐름에 맡긴다. 번식과 성숙의 날들은지금, 이 순간에도 흘러간다.가을은 다만, 또 다른 시작일 뿐그 속에서 나는 무엇이 되어야 할지깊은 생각에 사로잡힌다.2024,10,17

나의 창작시 2024.10.17

억새 풀 꽃

억새 풀 꽃 높새바람 부는 가을 언덕에억새꽃 물결이 방향 없이 흔들리며그리움의 노래를 쏟아낸다.잊힌 시간은 스치듯 지나가고그 강인한 꽃잎도 고개를 숙인다. 오래전부터 비탈을 점령하고군락을 이루어도 홀로 선 듯한저 억새꽃은 무리를 지어도 외롭다.인생처럼, 피어났다 지는 걸 알면서도끝없는 바람 속에서 다시 일어선다. 그 숱한 시간이 쌓인 자리에서흔들리며 사는 일에 이골이 났어도묵묵히 피어났다 다시 지는 억새꽃은강철보다 더 강한 의지로침묵 속에 노래를 남기고 사라진다. 기쁨도 그리움도 흩어지는 날떠나는 것을 하나도 두려워하지 않으며흩날려 바람 속에 사라진다해도흐르는 시간 속에 묵묵히 서서다시 일어서는 그 날을 기다리리라.2024,10,16

나의 창작시 2024.10.16

요원한 통일

요원한 통일 함흥에서 제주까지 한 하늘 아래끊긴 선 위로 아련한 그리움이 흐르고칠십 년 다른 길을 가는 두 형제의 발걸음이언제쯤 다시 만나게 될지우리의 소원이 헛된 기다림은 아닐는지, 총성이 멎은 그 날 이후에도우리의 땅은 여전히 상처받은 채로다리는 무너지고 철마는 멈추고우리는 그 틈을 넘어가물거리는 형제의 얼굴만 떠올렸다. 남과 북은 두 개의 이름으로한 몸이던 민족이 찢기고 나뉘어쌓아 올린 이념의 벽을 허물지 못한 채통일은 요원하다는 사람들 말에도우리는 흔들리지 않으며 한마음을 품었다. 이산의 고통은 가슴을 저미게 하고못다 한 말들을 한으로 삭히면서오랜 세월의 아픔을 씻기엔너무도 멀리 와버린 지금그래도 한 가닥 통일의 꿈을 지울 수 없다. 도로를 폭파하고 철로를 파내고콘크리트 장벽을 더 높이 쌓아도우리..

나의 창작시 2024.10.15

가을 빛깔

가을 빛깔 황색 빛깔의 들판에는황혼이 노을처럼 다가와내 어깨에 조용히 내려앉는다.한 시절 푸르렀던 잎들은이제 빛바랜 채로 흔들리며스치는 바람결에 마지막 노래를 부른다. 홍색 단풍은 눈부시게 타오르지만그늘에 깃든 잎에는 슬픈 작별이 고여있고붉게 피어난 순간조차곧 스러질 운명을 알기에나는 잠시 눈을 감고 숨을 고른다. 바람에 찢긴 잎에는쇠퇴한 곰팡이 색이 퍼져가고밤하늘엔 고요한 별들만이남겨진 흔적을 비추며시간은 여전히 멈추지 않고머잖아 모든 빛깔을 삼키리라. 인간의 늙음은 가을빛 같아서찬란한 기억 뒤에 남는 것은바스락거리는 낙엽의 소릴 뿐그러나 그 소리마저 잦아들 때면우리는 다시금 깊은 침묵에 빠진다.2024,10,15

나의 창작시 2024.10.15

해바라기 연가

해바라기 연가 언제부터인가 내 마음은 오직 당신 있는 곳만 향합니다.가슴이 새까맣게 타들어 가는그리움 때문에나는 당신을 향해 서 있습니다.그대를 바라보아야 힘이 솟고당신의 빛을 받아야 피어납니다.한순간도 잊지 못할 그대 얼굴온종일 그리움에 파묻혀밤이 와도 여전히 흔들리지 않습니다.달이 환하게 웃을 때면당신의 그림자를 찾아 헤매고별빛이 빛나는 밤이오면당신을 위한 나의 기도는 간절합니다.붉은 나비가 펄럭일 때면혹여 당신 소식을 싣고 왔을까.파란 새가 꽃가지에 앉을 때면당신 향기를 가져왔을까 설렙니다.나는 오늘도 당신을 기다리느라그 자리에 종일 머물렀고당신을 향한 애타는 노래를메아리에 실어 보냅니다.2024,10,14

나의 창작시 2024.10.14

채식주의자

채식주의자 깊고 깊은 밤 나무처럼 서 있는 여자뿌리 내리지 않은 삶을 거부하리라.육류향기 가득한 세상의 잔인함에서입술을 다물고 마음을 열며식물의 침묵에 숨겨진 자유를 찾는다.여자의 손끝이 닿는 순간피와 살이 점차 잎이 되어인간의 본능은 꽃이 되어 흩날리고날개 부러진 새처럼 허공을 맴돌다자유의 갈망속으로 빠져들었다. 눈은 여자를 이해하지 못한 채차갑게 쏘아보며 가두고 채찍질하며사회규범은 쇠사슬이 되어의지의 여자를 묶는다.그러나 그 속에서도 여자는 싹을 틔운다.깊은 침묵 속에서도여자의 몸은 피어나려는 나무,잔잔히 흔들리며 피어나는 푸른 소리는자라나는 자유의 싹처럼무언의 갈망으로 울려 퍼진다. 결국, 여자는 사람이 아닌한 그루 큰 나무가 되었다.뿌리내린 자리에 고통과 억압은 사라지고그곳엔 오직 바람과 햇살그리..

나의 창작시 2024.10.12

아이가 온다

아이가 온다 거친 바람 속에 머문 아이의 손가늘고 여린 숨결이눈물과 함께 오는 평온을 위해비로소 문을 두드리며우리는 그를 기다린다. 새파란 하늘아래 피어난상처입은 꽃잎들사정없이 흔들리는 들판에서아이의 발걸음이 닿을 때고요하던 세상이 깨어난다. 우리가 묻어 두었던 어둠 속그 작은 빛에아이의 눈동자 담겨기나긴 밤을 건너새벽을 한껏 품는다. 기억의 잿더미 위에서오래도록 서성이는 발자국멈추었던 시간이아이가 남긴 첫 웃음과 함께다시 흘러가기 시작한다. 아이가 오고 있고그가 남긴 것은마음속에 깊이 흐르는 강물다시 사라지지 않을희망의 속삭임이다.2024,10,11

나의 창작시 2024.10.11

가을 단풍의 마음

가을 단풍의 마음 가을의 기운이 뻗어나갈 때잎들은 오색으로 물들어간다.열정으로 살아온 빨강 잎행복하게 살아온 오렌지빛아무렇게나 살아온 떡잎아직도 덜 여문 초록빛 다양하다. 시련의 세월을 살아온 나뭇잎이가을 바람에도 춤을 춘다.지나간 날의 아픔을 모두 잊고맑은 하늘에 잎을 헹구며희망의 색깔을 더욱 선명하게자신의 정체를 드러낸다. 각각의 순간은 영원의 조각웃음과 눈물의 어우러짐이다.가을 단풍의 황홀경, 그 자체가우리의 삶을 이야기한다.무심한 듯 아름다운 이 풍경 속을서로가 손을 잡고 함께 나아가야하리. 내 가슴에도 단풍 붉게 물들어그리움과 행복의 경계를 허문다.너와 나는 한 숲을 이루는 존재우리는 서로 조화를 이루며가을의 깊은 심연 속에서각기 살아온 사연을 들어주자.2024,10,9

나의 창작시 2024.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