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비 이틀 째 비가 내린다.초여름 비가 내리는 날이면나는 학동(學童)의 마을을 서성인다.짝꿍이던 고운 피부의 소녀가파란 우산을 들고 내 곁에 다가와아무 말 없이 받쳐주던 추억이 그립다.너무나 먼 세월의 강을 건넜다.그 강물은 몇 번을 윤회하여 바다로 갔고지금도 강물은 계속 차오른다.떠밀리어 온 삶은 참 멀리도 왔고지나온 시간들이 모두 귀하다.기대한 만큼 갖지 못했어도아무도 탓하지 않는다.가슴에 묻어둔 그리움들을 불러오며초여름 비는 여전히 내린다.아직 들춰내지 못한 모든 기억들을오늘은 몽땅 파헤치려나보다.그 소녀도 지금 나처럼 익었겠지생각보다 매우 그립다.2019.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