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미친 바람

신사/박인걸 2025. 2. 13.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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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친 바람
  •  
  • 미친바람이 길을 잃었다.
  • 낡은 지붕 위에 앉아 울부짖다.
  • 전깃줄에 걸려 비명을 지르더니
  • 검은 도시를 맴돌다 잠시 사라졌다.
  • 병든 땅에서 일어난 바람은
  • 사납기가 그지없어 막무가내다.
  • 첨탑에 앉아 기도하던 나를 위협하고
  • 십자가 위에서 미친 듯이 춤을 추었다.
  • 성스러운 촛불을 함부로 끄고
  • 기도소리를 휘감아 창밖으로 던졌다.
  • 거룩한 성화에 흙을 뿌리더니
  • 성수마져 더럽히며 표호했다.
  • 바람도 길이 막히면 미쳐 날뛰고
  • 벼랑 끝에 선 사람은 분노를 토해낸다.
  • 눈물조차 말라버린 메마른 가슴은
  • 세상을 향해 두 주먹을 치켜든다.
  • 사람아, 무엇이 너를 분노하게 했느냐?
  • 너의 절망을 바람은 알리라.
  • 억울한 울음을 이 어둠이 듣고 있으니
  • 너는 그래도 기다려야 하리라.
  • 2025,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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