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즘나무
- 버즘처럼 얼룩진 껍질 아래
- 숱한 이야기들이 깊이 숨어있어
- 이국의 바람을 타고 건너온
- 시간의 상처들이 가엽다.
- 우리는 그늘서 쉬지만
- 버즘나무는 서서히 무너지고
- 푸르름이 더는 젊음이 아니고
- 그리움만 끌어안은 늙은 나무다.
- 가을바람에 떨어지는 것은
- 낙엽뿐일까, 아니면 기억일까.
- 나무는 묻는다.
- 이 땅이 낯설기만 한 건
- 너 때문인지, 나 때문인지.
- 우람하게 뻗은 나뭇가지 끝에
- 닿지 못한 낮달이 떠 있고
- 머잖아 사라질 푸르름도
- 지금은 모든 것을 덮고 있다.
- 일렬로 서 있는 나무 아래서
- 나는 무엇을 잃고 있는지
- 알 수 없는 채로
- 한참을 서성이고 있다.
- 2024,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