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여름은 간다.

신사/박인걸 2024. 9. 28.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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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름은 간다.
  •  
  • 그 지루했던 계절은 가을 뒤로 숨고
  • 은행잎 빛바래는 언덕에는
  • 북방을 유랑하던 바람이 찾아든다.
  • 햇볕은 지는 꽃잎처럼 흩어지고
  • 버즘나무 그림자가 건너편 인도를 덮을 때
  • 작열하던 여름 기세는 바지랑대처럼 기울어
  • 이제는 노출된 어깨가 시리다.
  • 청청하던 풀잎을 대할 때
  • 한없이 부끄럽던 늙은 피부가
  • 이제는 긴 팔 소매가 가려주니
  • 한치의 부끄러움 없이 당당하다.
  • 떠들썩했던 풀벌레 소리 사라지고
  • 흙길을 밟는 발자국엔 나뭇잎이 내려앉는다.
  • 산골짜기 타고 흐르던 냇물 소리도
  • 조용히 사라진 그 자리에
  • 반가운 가을은 작년처럼 자리를 잡는다.
  • 잊고 지내던 한숨들이
  • 서늘한 바람에 실려 날아가 버리고
  • 하늘은 짙푸르게 맑아져
  • 이제는 내 마음도 가벼워진다.
  • 양어깨를 짓누르던 짐을 내려놓고
  • 가을 그늘에 숨을 고른다.
  • 그 지루했던 여름은 갔지만
  • 계절의 흔적은 여전히 가슴에 남아
  • 겨울이 오더라도 나의 기억 속에
  •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머물리라.
  • 2024,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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