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이 오는 소리
- 고로쇠 나무에 물 오르는 소리
- 산골짜기에 물 흐르는 소리
- 진달래 나뭇가지 기지개 켜는 소리
- 까치가 둥지 짓는 소리에 정신이 든다.
- 까무러치게 춥던 겨울날
- 으스러지도록 서로를 껴안고
- 오로지 눈 녹는 날을 기다리며
- 까치발로 긴밤을 지세웠다.
- 혹독한 추위의 두려운 밤에도
- 봄이 온다는 희망 하나에
- 어금니를 악물고 견디었다.
- 감당하기 힘든 세찬 바람앞에
- 나의 의지가 깃발처럼 펄럭였지만
- 내 삶에 빛을 안겨주던
- 봄이 오는 소리가 늘 들려왔다.
- 그 소리는 새들의 노랫말로
- 어떤 때는 빗소리에 섞여 내렸고
- 귓불을 스치는 바람소리에
- 더러는 봄 꿈이 나의 의식을 깨웠다.
- 소년이 타고 달리는 자전거 바퀴가
- 봄의 소리를 우렁차게 전하고
- 산비둘기 두 마리 가지 앉아
- 작년 봄에 부르던 노랫말에서
- 봄의 소리는 전령처럼 외치고 있다.
- 2023.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