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춘
- 절기의 순서가 있기 전에도
- 태초부터 봄은 일어섰다.
- 까치가 나뭇가지 옛둥지를 찾아오고
- 고로쇠나무는 물을 자아올렸다.
- 복수초는 아직 눈 속에서 잠들고
- 강남 간 제비가 봄을 잊고 있어도
- 밤의 길이는 한 뼘 짧아지고
- 수은주는 발뒷꿈치를 들고 일어선다.
- 바다는 눈치 빠르게 길을 열고
- 숭어는 민물을 찾아 길을 떠났다.
- 내린천 얼음이 풀리는 날에는
- 천지에 새 계절이 오리라.
- 목련은 아직 깊은 잠을 자느냐?
- 매화 향기는 어디에서 맴도느냐?
- 나는 마당으로 달려나가
- 모퉁이 흙을 호미로 뒤집으리라.
- 202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