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입춘

신사/박인걸 2023. 2. 5. 05:52
  • 입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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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절기의 순서가 있기 전에도
  • 태초부터 봄은 일어섰다.
  • 까치가 나뭇가지 옛둥지를 찾아오고
  • 고로쇠나무는 물을 자아올렸다.
  • 복수초는 아직 눈 속에서 잠들고
  • 강남 간 제비가 봄을 잊고 있어도
  • 밤의 길이는 한 뼘 짧아지고
  • 수은주는 발뒷꿈치를 들고 일어선다.
  • 바다는 눈치 빠르게 길을 열고
  • 숭어는 민물을 찾아 길을 떠났다.
  • 내린천 얼음이 풀리는 날에는
  • 천지에 새 계절이 오리라.
  • 목련은 아직 깊은 잠을 자느냐?
  • 매화 향기는 어디에서 맴도느냐?
  • 나는 마당으로 달려나가
  • 모퉁이 흙을 호미로 뒤집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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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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