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의 추석
- 고층 아파트에 갇힌 나는
- 십오층 유리창에 걸린 달을 본다.
- 고향 떠난 사람 못 잊어
- 달은 도시 빌딩 숲을 찾아왔다.
- 송편, 풋콩, 햅쌀밥, 알밤,
- 디딜방아, 대청마루, 사립문,
- 가을들녘, 황금 물결, 코스모스,
- 신작로, 초가집, 논둑 길
- 보름달은 늘 웃으며 굽어봤는데
- 아스팔트에 포위된 마을은
- 형형의 세단이 줄을 잇고
- 풋풋했던 이웃 정이 떠난 동네에
- 낯선 이방인이 왕래하며
- 온종일 돌아가던 물레방아 터에는
- 아련한 추억의 조각만이 뒹굴어
- 둥근 보름달도 시골 하늘을 버리고
- 어릴 적 반겨주던 얼굴을 찾아
- 밤길을 물어물어 여기까지 왔다.
- 나 비록 도시인으로 살아도
- 흙냄새, 익은 볏단, 빨랫줄, 낡은 지게
- 마당 가 작두, 쇠스랑, 돌담,
- 동구 밖 오솔길 나 어찌 잊힐리야
- 달맞이꽃 노랗게 피어나던
- 내 고향 냇가를 나 어찌 잊으리요.
- 2022, 9,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