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추석이 귀찮아

신사/박인걸 2022. 9. 9. 21:54
  • 추석이 귀찮아
  •  
  • 아! 제발 명절이 오지 않으면 좋겠어.
  • 돈 쓸일도 많은데
  • 이번 추석에도 한 두푼 가지고 쇠겠어.
  • 고향도 가야지, 제사상도 차려야지,
  • 시골에 가면 빈손들고 가남,
  • 나이먹으니까 모두 귀찮아
  • 애들 집에 찾아 오는 것도 귀찮아
  • 다 귀찮아,
  • 시장 입구에서 두 사람이 지껄인다.
  •  
  • 재래시장은 오랜만에 발 디딜 틈이 없고
  • 가게마다 추석상품 차고 넘치며
  • 떡집 앞에는 송편을 사느라 장사진이다.
  • 부침개 집 앞에도 줄을 섰고
  • 고깃집, 과일가게에 온종일 들끓는다.
  •  
  • 아내 심부름으로 송편 한 봉지,
  • 장기지 떡 두 판, 식혜 세 병,
  • 손주가 좋아하는 한과 두 봉지
  • 고창 고추장 하나와 사이다 한 병,
  • 시커먼 비닐봉지에 담아 들고 집으로 오는데
  • 두 사람은 여전히 추석을 불평한다.
  •  
  • 특가전 선물 세트 즐비한 골목
  • 며칠 전부터 온 동네 덩드럭거리고
  • 허공에 보름달은 휘영청 빛나며
  • 들뜬 마음에 발걸음 바쁘지만
  • ‘추석이 귀찮아’ ‘명절이 다 귀찮아’
  • 솔직히 나도 명절이 귀찮다.
  • 하나도 안 반갑다.
  •  
  • 2022, 9, 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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