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무제(無題)

신사/박인걸 2022. 9. 3. 06:31
  • 무제(無題)
  •  
  • 손가락을 꼽으며 세월을 세어보면
  • 어디쯤 세다가 숫자를 잊어버린다.
  • 손가락 하나를 일 년으로 셀 때면
  • 스쳐 지나가는 기억들이 나를 붙잡아서다.
  • 아름다운 추억 못지않게
  • 아픈 기억들도 지폐처럼 넘어간다.
  • 갈피갈피 끼어 둔 기억의 엽서가 하도 많아
  • 몇 해를 세어도 끝이 안 날 것만 같다.
  • 나의 저녁 거리에는 그림자가 왕래하고
  • 가물거리는 가로등에는 내 눈동자가 걸려있다.
  • 빼곡하던 밤하늘 별들이
  • 저 하늘가 어디론가 달아나버렸다.
  • 내가 걸어온 길은 언제나 낯선 땅이었고
  • 가파른 사다리 마지막 칸을 디딜 때면
  • 언제나 미끄러지는 꿈을 꾸면서
  • 어느 파도 위를 걷고 있다.
  • 여러 갈림길에서 서서 한없이 방황하며
  • 길을 물으려 사람을 찾아도
  • 그 길에는 왕래하는 사람이 없다.
  • 휴대전화기에 번호를 입력하지만
  • 아무리 숫자를 눌러도 신호가 가지 않는다.
  • 밤별이 또 마당으로 떨어진다….
  • 2022.9.3
  •  

'나의 창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음(騷音)  (0) 2022.09.05
시간에 대한 불평  (0) 2022.09.04
9월  (0) 2022.09.02
아! 가을  (0) 2022.08.26
함박꽃 그늘  (0) 2022.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