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
- 매미 울음도 그치고
- 귀뚜라미 소리만 새벽을 깨우네.
- 하늘은 더 높이 도망치고
- 풀 죽은 햇살은 들판에서 방황하네.
- 계절을 읽는 풀잎마다
- 어디론가 떠나야 할 채비를 하고
- 늦게 핀 홍 백일홍 꽃 잎
- 서늘하게 부는 바람결에 서럽다.
- 시간은 언제나 왼쪽으로 돌아
- 아름다운 이름들을 빼앗아가고
- 존재하는 생명체에 나이를 먹여
- 가을이라는 이름으로 떠나게 한다.
- 구월이면 이파리마다 황달이 들고
- 시월이면 산야는 각혈하며 스러지겠지
- 사월보다 더 잔인한 가을이
- 열차를 타고 전국으로 퍼진다.
- 2022, 9,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