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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바위
한 번도 굴러보지 않은 바위가
풍상(風霜)에 몸을 다듬으며 앉아있다.
워낙 점잖고 몸가짐이 무거워
그 앞을 지날 때마다 내심 부럽다.
새가 앉았다 떠나가도 발자국이 남지 않고
나무 열매가 떨어져도 받아 갖지 않는다.
비바람이 긴 긴 세월 흔들어도
미동(微動)없이 자신의 원칙을 지킨다.
비정하리만큼 거리를 두며
어떤 충격에도 쉽사리 부서지지 않는다.
오늘도 나는 그 앞에서 생각한다.
굵은 총알에도 가슴이 뚫리지 않고
포성(匏聲)에도 탄식하지 않으며
좀스럽고 쩨쩨하지 않으리라.
누가 숨어들 때면 그늘이 되어주고
언제나 아늑한 바람막이가 되리라.
뇌관을 박아 깨트린다면
한 채의 돌집으로 태어나리라.
지난 밤 빗물에 씻긴 바위가 참더 커보인다.
202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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