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봄이 오는 길

신사/박인걸 2020. 4. 13.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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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길

 

나의 문밖에서 서성이던 지겨움은 떠났다.

그토록 집요한 미련에 빠져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을 것 같던 집념도

따스한 바람 앞에는 맥을 추지 못했다.

나는 안으로 실속 있게 걸어 잠그고

한 치의 침윤도 너에게는 허락지 않으려 했지만

침략군 보다 더 잔인한 칼날은 내 발등을 찍었다.

나는 너로 인하여 많은 꿈의 노래를 잃고

힘겹게 한 가닥 사슬로 내 의지를 하늘에 걸었을 뿐이다.

아슬아슬한 빙판을 딛고 미끄럼을 타며

가파른 암벽에 가는 밧줄로 오래도록 걸려 있었다.

너는 나에게 호락호락하지 않았지만

나 또한 너에게 쉬운 상대가 되고 싶지 않았다.

아주 지루하고 혹독한 밤이었지만

내 영혼은 너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것은 내 노력의 산물이 아니다.

이를 악물고 바람벽을 뻗딛으며 서 있었을 뿐이다.

꿈을 심장에 깊이 묻고 끝없는 기다림으로

발가락만 꼼지락 거리며 한 뼘씩 앞으로 나갔다.

그토록 몹쓸 겨울은 내게서 물러갔다.

주사야몽 소망했던 봄이 마당을 에워쌌다.

내게로 달려온 온기는 묻어 두었던 꿈을 꺼내게 했다.

그토록 기다렸던 봄은 언 영혼을 녹이고

나를 붉은 꽃밭에 세우리라.

202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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