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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오후
꽃향기는 경계선 없이 흩날리고
오후 햇살은 화살처럼 쏟아진다.
그림자는 일제히 동쪽으로 비켜서고
귀룽나무 꽃가지에 나비 떼 존다.
길손 뜸한 숲길에는
앙증맞은 풀꽃이 오수(午睡)를 즐기고
앙당그레 뒤틀어진 고사목에
딱따구리 한 마리 열심히 굴을 판다.
내려다보이는 도시는 연무에 갇혔지만
작은 숲에는 내가 원하는 평화가 흐른다.
차량들 질주하는 저 아랫마을에는
간판과 간판 사이에 뜨거운 불꽃이 튀고
온갖 지저분한 언어들이 휴지처럼 뒹군다.
팽팽한 긴장감은 고압 전류처럼 흐르고
웃음 뒤에 숨겨진 비수는 늘 상대를 조준한다.
아무 생각 없이 길을 걸어가는
치매 노인은 하나도 없다.
대낮에도 두 눈에 불을 켜고
먹잇감을 쫒는 아쿠라움의 물고기들이다.
나도 그 가운데 휩싸여
물레바퀴처럼 쉬지 않고 돌지 않았던가.
공해에 찌든 가슴을 솔바람에 헹구고
독기 가득한 두 눈을 꽃잎에 씻으면
머리카락처럼 일어서던 스트레스가
방광 아래로 가라앉는다.
4월의 하늘빛이 내 얼굴로 쏟아진다.
202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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