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어떤 대변자

신사/박인걸 2020. 4. 18.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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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대변자

 

나는 그 사람의 왕당파가 아니다.

엑세스권에서 자주 만났을 뿐이다.

언제나 비아냥거리는 언사와

경멸스런 안광(眼光)으로 쏘아 볼 때면

나는 얼른 고개를 돌린다.

스스로 성군(星群)의 옥좌에 앉은 양

호령과 명령어를 난발할 때면

항문(肛門)근처 분변이 멱통까지 역류한다.

야비한 눈동자에는 매정함이 굴러다니고

남을 업신여기는 미간에는

금수(禽獸)의 굵은 눈썹이 곤두선다.

그의 뇌를 조종하는 지시어는

어디로부터 탁송(託送)된 수취물이다.

동시대에 형성 된 도덕의식은

복원이 불가한 새까만 절망이다.

그의 새빨간 언어는 잃어버린 사회의 찌꺼기들이고

내가 그의 생각에 침을 뱉는 건

오제(吾儕)들의 미래를 사라지게 해서다.

오늘도 그 사람이 화면(畫面)에서 주절거린다.

익은 얼굴이 아니라 손질된 낯이다.

만지작거리며 내뱉는 활자들은

내 눈앞에서 창밖으로 황급히 도망친다.

나는 그에게 일말의 기대도 없다.

나의 심장(心臟)은 이 땅에 존재하지 않는다.

내만 아는 장소에 숨겨두었다.

저 사람은 나에게 아무개일 뿐이다.

202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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