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봄비가 온다.

신사/박인걸 2020. 4. 17.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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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온다.

 

봄비가 소리 내며 내린다.

갈증에 시달리던 이팝나무 꽃이

다시 잎을 펼치며 춤을 춘다.

목마름에 몸을 뒤채던 길섶 작은 꽃들도

안도의 한 숨을 크게 내 쉰다.

봄 가뭄에 몸부림치는 풀잎의 아우성을 들었지만

내가 도울 수 없는 한계 앞에 힘들었다.

푸석푸석한 흙먼지를 밟으면서

뿌리 깊지 못한 삶을 깊이 고민했다.

꽃을 피우다 멈춘 이름 모를 꽃이

낡은 미농지처럼 창백할 때

가난에 학교를 그만둔 소녀가 생각났다.

어제 만난 슈퍼마켓 아저씨가

돈 가뭄에 큰일 났다며 한 숨을 내쉬었다.

찔레꽃가뭄보다 더 큰 두려움은

코로나가 쓸고 지나간 시장골목이다.

다행히 조록조록 내리는 봄비에

꽃잎들마다 발록발록 꽃잎을 편다.

춘색(春色)이 눈길이 닿는 곳마다 짙다.

봄비에 신록이 창취(蒼翠)하듯

슈퍼마켓 아저씨 얼굴에 봄비가 내렸으면,

어제 만났던 꽃잎이 나를 보며 웃는다.

202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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