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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대변자
나는 그 사람의 왕당파가 아니다.
엑세스권에서 자주 만났을 뿐이다.
언제나 비아냥거리는 언사와
경멸스런 안광(眼光)으로 쏘아 볼 때면
나는 얼른 고개를 돌린다.
스스로 성군(星群)의 옥좌에 앉은 양
호령과 명령어를 난발할 때면
항문(肛門)근처 분변이 멱통까지 역류한다.
야비한 눈동자에는 매정함이 굴러다니고
남을 업신여기는 미간에는
금수(禽獸)의 굵은 눈썹이 곤두선다.
그의 뇌를 조종하는 지시어는
어디로부터 탁송(託送)된 수취물이다.
동시대에 형성 된 도덕의식은
복원이 불가한 새까만 절망이다.
그의 새빨간 언어는 잃어버린 사회의 찌꺼기들이고
내가 그의 생각에 침을 뱉는 건
오제(吾儕)들의 미래를 사라지게 해서다.
오늘도 그 사람이 화면(畫面)에서 주절거린다.
익은 얼굴이 아니라 손질된 낯이다.
만지작거리며 내뱉는 활자들은
내 눈앞에서 창밖으로 황급히 도망친다.
나는 그에게 일말의 기대도 없다.
나의 심장(心臟)은 이 땅에 존재하지 않는다.
내만 아는 장소에 숨겨두었다.
저 사람은 나에게 아무개일 뿐이다.
202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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