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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절에 부활하라.
자신이 자신을 바라볼 때
떳떳하고 어엿한 자 몇 있을까.
순수와 진실을 따돌리고
허욕과 추잡함의 얽히고설킨 길을 따라
읍울과 오욕의 숲에서 허우적대다
어느 지저분한 늪에 빠진
사학죄인이 아니던가.
밑동까지 벌레에게 파 먹힌
건드리기만 해도 힘없이 스러질 실체여
오염된 호수에 부유(浮遊)하다
방향도 목적도 없이 허무하게 사라질
가엽은 부평초인생이여
별빛마저 구름에 깊이 갇힌 밤길에서
이리저리 헤매다 지친 나그네여
한 줄기 빛을 절실하게 원했으나
그 기대마저 허무하게 죽어간 슬픔이여
희망은 음부 근저(根底)에 갇히고
꿈은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하지만 주심(主審)의 호각은 울리지 않았다.
죽음의 토요일이 지나가면
새로 시작되는 첫 날이 다가온다.
나에게 남은 마지막 기사회생이 있다.
설욕(雪辱)의 옷을 벗어버리고
굴욕의 일기장을 찢고 불태우리라.
그 날은 내가 진짜 나로 부활하는 날이다.
나는 나에게 외친다. 이번에 부활하라.
너는 금년 부활절에 부활하라.
202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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