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나의 친구
간간히 그에 대한 소식은 들었지만
마음이 끌리거나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긴 가뭄이 마을을 휘젓던 해에
어머니 손에 끌려 나는 종탑이 있는 집으로 갔다.
동네서 늘 만나던 곱게 생긴 누나가
일주일에 한 번씩 옛날이야기를 해주었다.
형들에게 듣던 귀신 이야기보다 재미있었다.
주인공의 이야기는 내 마음을 끌었고
나는 그 사람을 만나보고 싶었다.
처녀에게서 태어나서 불쌍하게 살다가
서른세 살에 나무에 매달려 죽었는데
사흘 만에 무덤에서 살아난 이야기였다.
이 사람은 가난한 사람의 친구라고 하였다.
가난하던 나는 맘에 쏙 들었다.
아픈 사람들을 고쳐준 영웅담에
우리 엄마병도 고쳐달라고 기도했다.
억울한 사람의 한을 풀어주고
불쌍한 사람들의 참 이웃이 되었다는 말에
나도 그 사람처럼 살고 싶었다.
그 사람은 집 없이 살았고
주머니에 한 푼의 돈을 가지지 않았으며
나쁜 짓을 하는 사람들에게 화를 내고
속이는 자들을 꾸짖었다는 말에
작은 주먹을 꽉 쥐면서 어떤 다짐을 했다.
죽은 친구 무덤 앞에서 울었다는 말에
나도 따라서 눈물이 났다.
얼마 전 죽은 친구가 생각났다.
세월이 흐를수록 그 사람에 대해 진지했고
스무 살이 되던 해에 그를 찾아 나섰다.
부활절 종소리가 울리던 새벽에
울고 있던 나에게 그 분이 찾아 오셨다.
말로만 듣던 그분이 내 손을 잡아주었고
그 날 이후 지금까지 매일 만나는 단짝이다.
나는 그 사람을 친구라고 부른다.
참 좋은 나의 companion이다.
2020.4.1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