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나의 친구

신사/박인걸 2020. 4. 10. 06:51
반응형

나의 친구

 

간간히 그에 대한 소식은 들었지만

마음이 끌리거나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긴 가뭄이 마을을 휘젓던 해에

어머니 손에 끌려 나는 종탑이 있는 집으로 갔다.

동네서 늘 만나던 곱게 생긴 누나가

일주일에 한 번씩 옛날이야기를 해주었다.

형들에게 듣던 귀신 이야기보다 재미있었다.

주인공의 이야기는 내 마음을 끌었고

나는 그 사람을 만나보고 싶었다.

처녀에게서 태어나서 불쌍하게 살다가

서른세 살에 나무에 매달려 죽었는데

사흘 만에 무덤에서 살아난 이야기였다.

이 사람은 가난한 사람의 친구라고 하였다.

가난하던 나는 맘에 쏙 들었다.

아픈 사람들을 고쳐준 영웅담에

우리 엄마병도 고쳐달라고 기도했다.

억울한 사람의 한을 풀어주고

불쌍한 사람들의 참 이웃이 되었다는 말에

나도 그 사람처럼 살고 싶었다.

그 사람은 집 없이 살았고

주머니에 한 푼의 돈을 가지지 않았으며

나쁜 짓을 하는 사람들에게 화를 내고

속이는 자들을 꾸짖었다는 말에

작은 주먹을 꽉 쥐면서 어떤 다짐을 했다.

죽은 친구 무덤 앞에서 울었다는 말에

나도 따라서 눈물이 났다.

얼마 전 죽은 친구가 생각났다.

세월이 흐를수록 그 사람에 대해 진지했고

스무 살이 되던 해에 그를 찾아 나섰다.

부활절 종소리가 울리던 새벽에

울고 있던 나에게 그 분이 찾아 오셨다.

말로만 듣던 그분이 내 손을 잡아주었고

그 날 이후 지금까지 매일 만나는 단짝이다.

나는 그 사람을 친구라고 부른다.

참 좋은 나의 companion이다.

2020.4.10

반응형

'나의 창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이 오는 길  (0) 2020.04.13
부활절에 부활하라  (0) 2020.04.11
꽃이 진다.  (0) 2020.04.09
나는 자연인이다.  (0) 2020.04.08
어두운 도시  (0) 2020.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