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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연인이다.
산이 산을 마주바라보고
개울물 길을 찾다 절벽에서 추락한다.
빽빽한 잡목들 쉽게 길을 내주지 않아
바람도 헤매는 으슥한 외지에
엉성한 오두막집 하나 달랑 외롭다.
어떤 자연인이 텔레비전 안에서 웃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자연인이 아니다.
도시 속 비애가 가슴 근막에 응축된 채
스스로 찾아간 귀양살이 아픔을
애써 숨기는 입술에서 능갈치는 슬픔을 본다.
화려했던 과거를 좌판처럼 펼쳐놓으며
걸어온 행적을 전설처럼 꾸며대지만
우수(憂囚)깃든 눈빛에서 삶의 애환이 엿보인다.
무원의 고립에서 발버둥 치는 노루처럼
여전히 왕년을 그리워하는 속내가
숨겨진 옷자락처럼 잇따라 내비친다.
자연의 삶은 아득한 동경일 뿐
문명과의 단절은 영창에 갇히는 죄수의 삶이다.
가슴속에 번뇌를 세척하는 수고는
넓적다리 살을 벗겨내는 전층피부이식이다.
하루 양식을 산 까치처럼 찾아 헤매는
피곤한 일상에 연민이 일어난다.
살아온 사연들이 가슴에서 두엄이 될 때
저 자연인이 과연 자연인이 될까.
TV는 왜 자연인을 문명으로 끌어낼까.
화면에 갇힌 산곡에도 봄이 내리고 있다.
20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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